신뢰를 전제로 한 무제한 제도

휴가도 식대도 제한이 없다면, 과연 조직은 유지될 수 있을까?

신뢰가 제도를 지탱할 수 있을까?

코스트코의 ‘다진 양파’ 일화를 들어보셨을지도 모릅니다. 한때 코스트코는 핫도그 코너에 다진 양파를 무제한으로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핫도그를 사지 않은 고객들까지 양파를 비닐봉지에 담아 가는 일이 생기며 결국 무제한 정책은 폐지되었습니다.

이처럼 제도는 사람의 행동에 따라 무너지기 쉽습니다. 취지는 좋았지만, 시스템은 결국 남용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리스크를 알고도 조직은 ‘무제한’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NBT는 그 질문에 “가능하다.”라고 답합니다. 바로 ‘신뢰’를 전제로 한다면요.

휴가도 식대도 무제한, 그런데 왜 괜찮을까?

NBT에서는 휴가 일수에 제한이 없습니다. 연차 잔여일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할 때 자유롭게 쉴 수 있습니다. 식사 역시 정해진 식대 한도 없이, 각자 식대 카드로 결제한 뒤 전액을 청구하면 됩니다. 이렇게 유연한 제도이지만 지금껏 이를 악용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 책임감 있게, 맥락에 맞게 사용하는 문화가 조직 전반에 자연스럽게 정착되어 있습니다.

🍱 식대 사용, 이렇게 합니다.

구성원 각자에게 발급된 식대 카드로 점심 혹은 저녁 식사를 결제하고, 매월 말 전액을 청구하면 됩니다. 함께 식사한 동료가 있다면, 더치페이 없이 이름만 기재해 제출하면 됩니다. 누구도 일부러 금액을 다 쓰려 애쓰지 않고, 반대로 억지로 줄이려 하지도 않습니다. 김밥 한 줄을 사 먹는 날고 있고, 중요한 외부 미팅 자리에서 스시를 먹는 날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를 썼는지’가 아니라 ‘왜 그 식사를 했는지’입니다. 어떤 구성원은 “외부 파트너와 점심 미팅이 있어 좋은 분위기의 식당을 선택했다.”라며 간단히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런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신뢰 기반의 제도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 휴가 사용, 이렇게 합니다.

법정 연차 잔여일과 관계없이, 필요한 순간 언제든 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승인 절차도 없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사라지거나, 팀의 일정에 혼선을 주는 일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번 스프린트 마치고 하루 쉬려고 해요. 진행 중인 업무에 무리가 없을까요?” 자신의 결정이 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동료들과의 연결을 끊지 않으려는 태도. 우리는 바로 이런 태도를 신뢰합니다. 휴가의 목적은 다양합니다. 어떤 구성원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하루 쉬고, 어떤 구성원은 여행을 위해 며칠의 연휴를 계획합니다. 중요한 건, 휴가를 ‘쓸 수 있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자율은 단순한 권한이 아니라 조직이 구성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우리는 모두 ‘성숙한 개인’이기 때문입니다. ‘성숙한 개인’이라는 표현은 다소 추상적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성숙함’은 이런 태도를 뜻합니다.

🙋🏻‍♀️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기준을 세워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사람

🤔 ‘애매한데?’라는 의문이 들면 먼저 동료에게 묻는 사람

🙆🏻‍♀️ 조직이 통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

예를 들어, 한 구성원은 업무와 관련된 식사를 마친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자리도 식대 정산 대상이 될까요? 애매하면 개인카드로 결제하겠습니다.” 누구도 막지 않았지만, 먼저 기준을 고민했습니다. 이런 태도가 조직의 신뢰를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기준을 조직의 최상위 행동 규범인 ‘NBT 가이드’에 명확히 담아두었습니다.

“NBT는 성숙한 개인들이 신뢰를 기반으로 일하는 것을 지향하며, 개개인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존중합니다.”

「NBT 가이드 서문 중」

이 선언은 단순한 방향이 아니라, 실제 운영 원칙입니다. 우리는 세부 규정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전제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신뢰를 저해하는 미성숙한 행동이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한 책임도 묻습니다. 영입 단계에서부터 역량뿐 아니라 이런 ‘태도’를 평가하고, 입사 이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 속에서 일합니다. 이런 문화가 신뢰를 더 강화하고, 무제한 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통제 대신 신뢰를, 규율 대신 자율을

NBT는 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합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과거의 정답이나 누군가의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시도할 수 있는 자기주도성입니다. 하지만 자율성은 통제와는 함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필요한 규칙과 절차, 평가와 승인 체계를 과감히 덜어냈습니다.

🏖️ 휴가 무제한, 식대 무제한, 근태 비관리
세세한 규칙 없이도 구성원이 성숙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전제를 믿습니다.

🏹 리더 승인 없는 의사결정
모든 결정에 승인을 요구하는 구조는 주도성을 억제하고 의사결정을 느리게 만듭니다.

💪🏻 성과 대신 성장을 지원
수치 중심의 평가는 몰입을 방해합니다. 우리는 평가보다 회고와 피드백을 통해 성장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모든 것은 구성원이 더 빠르고 유연하게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만드는 일하는 방식

우리는 단순히 제도를 설계한 것이 아닙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제도가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왔습니다. NBT에서는 ‘이건 해도 될까?’라는 질문이 투명하게 오갈 수 있습니다. 그 질문조차 서로를 믿는다는 전제 위에 놓여 있습니다. 관리와 감시가 아니라, 자율과 책임이 조직을 지탱합니다.

우리는 무제한 제도를 운용할 수 있어서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그 제도를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특별한 것입니다.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동료들과 함께 도전과 자율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하는 방식이 궁금하다면